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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석희 교수의 한반도 에너지 미래 진단

작성일
2024.08.07
수정일
2024.08.07
작성자
김선경
조회수
736





지구촌은 기후변화를 돌파하기 위해 탄소배출이 없는 에너지원 개발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인류의 미래가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관심도 많으면 말도 많은 법이다. 미래의 에너지에 대한 매우 다양한 의견이 있다. 심지어 미래를 단정하는 주장도 있지만 기술의 발전함에 따라 묻혀버리기도 한다. 한반도는 천연자원도 없고 국토면적도 좁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북으로는 대륙과 단절된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지정학적 요건을 갖추고 있다. 환경에너지 전문가 정석희 전남대학교 교수를 만나 한반도 에너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 두 차례 인터뷰 이후 올해 처음인 듯합니다. 이번에는 한반도 에너지 미래에 대해 의견을 듣고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학자의 눈으로 치우침 없이 제가 이해하는 한도 내에서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미래 사회는 결국 수소 기반 사회!’라는 말이 오래전부터 회자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것은 한국 주류 에너지 업계가 믿고 있는 주장입니다. 어떤 경로로 그것이 대세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수소 관련 연구자 입장에서는 미래가 그렇게 되기를 바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미생물 연료전지가 미래의 하폐수처리기술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주장에는 근거가 있어야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제 생각을 말씀드리기 전에 전반적인 에너지의 공급과 소비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간결하게 설명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먼저 현재 전력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존 화력 발전이나 원자력 발전은 수요에 따라 공급 조절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수요를 예측하여 발전량을 조절하여 공급합니다. 부족하면 전력 대란이 벌어지므로, 수요보다 15% 정도 더 많은 양을 전력망에 보냅니다.

그런데 여름철 전력 수요가 높을 때 수요 예측에 실패하여 전력 대란이 벌어지고는 합니다. 하지만 최근 이런 일이 없어졌습니다. 이유는 바로 한낮 더위에 활발하게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 때문입니다. 기존의 기술과 미래의 기술이 경쟁하면서 공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에너지 기술 경쟁 또한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는 셈이군요.

재생 전기 생산은 날씨와 시간에 따라 변동성이 매우 큽니다. 에너지 저장 기술로서 그 변동성을 조절하기 위한 두 가지 대안이 있습니다. 수소와 암모니아를 이용한 에너지 저장과 배터리를 이용한 에너지 저장입니다. 기술의 사용에 있어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데, 현재 두 기술 모두 불완전합니다. 두 기술은 미래의 대용량 에너지 저장 패권을 쟁취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혁신적인 에너지 관리 기술을 통해 수요와 공급을 관리하고 변동성을 제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에너지 저장 및 관리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자원이 매우 부족한 한반도에서 경제적인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문제가 더 급선무 일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래서 세계는 가격 경쟁력 있는 재생 에너지 생산 기술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한반도는 재생 에너지 생산에 있어 좋은 입지는 아니지만, 에너지 다소비 국가로서 원천 기술 개발에 다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래야 한국이 아니더라도 원천 기술 수출을 통해 관련 산업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한때 원자력 에너지는 그 위험성과 폐기물 문제로 등한시되며 재생 에너지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원자력 에너지는 현재 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원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안전하고 깨끗한 원자력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재생 에너지도 안정성과 폐기물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엄청난 양의 폐기물 문제가 현재 부각되고 있습니다.

재생 에너지 발전도 경우는 다르지만 환경 문제를 내포하고 있군요.

재생 에너지와 원자력 에너지를 자전거와 비행기에 대비하여 생각해 봅시다. 두 이동 수단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이동수단으로써 용도가 확연히 다르며, 특히 사고가 날 경우 빈도와 규모는 확연히 다르며, 폐기물 문제에도 명확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처럼 재생 에너지와 원자력 에너지도 전력 생산 양상이 확연히 다르며, 사고나 폐기물 측면에서도 확연히 다른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두 에너지 기술은 자전거와 비행기처럼 공존의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한 기술이 부흥한다고 다른 기술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을 하겠지만 공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먼 미래에 다양한 기술의 경쟁을 통해 한반도에서도 탄소 배출이 없는 매우 값싼 에너지가 생산될 수 있고, 그것을 혁신적인 전력 관리 시스템으로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다면 우리는 미래에 재생 에너지를 해외에서 수입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좋겠네요. 그린 수소를 수입하거나 전기를 수소로 변환해서 저장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으로 이해되는데요?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대용량 배터리 기술이 개발된다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미래 사회가 결국 수소 기반 사회라는 주장에는 뚜렷한 근거는 찾기 힘듭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미래에 도래할 기술 경쟁의 결과가 이에 대한 답을 말해 줄 것입니다. 누가 미래를 장담할 수 있습니까? 오히려 수소의 매우 까다로운 수송과 저장 문제 때문에 수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하는 안이 급부상하고 있는 중입니다.

‘미래 청정에너지 암모니아, 수소경제의 열쇠!’라는 구호가 요즘 미디어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한국 주류 에너지 업계가 믿고 있는 또 다른 신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소는 부피도 많이 차지하고 저장이 매우 까다롭고, 분자량이 매우 작아 조금씩 누출되어 오존층을 파괴합니다. 그래서 최근 대안으로 손꼽히는 물질이 암모니아입니다. 수소로 질소를 암모니아로 변환시키는 기술은 전통적으로 비료를 만드는 핵심 기술입니다. 이 기술을 통해 인류의 기아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방식으로 생산된 암모니아를 에너지 저장 물질로 사용하자는 것입니다.


▲ 공기 중 분리한 질소와 수전해나 미생물전해를 이용해 생산한 수소를 반응하여 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을 재생에너지로 구동하면 친환경 암모니아 생산이 가능하다.


수소와 암모니아는 에너지 저장물질 일 뿐 그 자체가 친환경 에너지는 아니지요?

아주 정확하십니다. 수소와 암모니아를 만드는 과정이 친환경적이어야만 비로소 친환경 에너지 저장물질이 되는 것입니다. 수소와 암모니아를 만들 때 투입되는 전기 에너지가 필히 탄소배출이 없는 전기일 때 비로소 친환경 에너지 저장물질이 되는 것입니다. 이 전제를 빼고 말하는 분들이 많은데, 분명 진실을 호도하는 것입니다.

그럼 왜 암모니아가 수소 경제의 열쇠가 된 것일까요?

해상 수송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수입해야 하는 경우 에너지 저장 물질로의 변환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수소는 수송과 저장이 까다롭기에, 현재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서는 석유를 수출하듯이 친환경 암모니아를 수출할 구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친환경 암모니아를 수입할 수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말씀 드렸듯이, 한반도나 한반도와 한반도에 인접한 육지에서 재생에너지나 무탄소 친환경 에너지를 가격 경쟁력 있게 생산하여 그것을 안정적으로 사용하고 저장할 수 있다면 굳이 수소나 암모니아를 해상 수송을 통해 수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기를 바로 사용하는 것이 에너지 저장 물질을 거친 전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이기 때문입니다. 전기를 수소와 암모니아로 변환하여 다시 전기로 변환하면 정말 많은 에너지 손실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최종 변환된 에너지 가격이 더 싸다면 이 방식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만, 난해한 도전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해상 수송된 암모니아는 에너지 수요처인 분산형 암모니아 전환시설에서 에너지로 전환되거나, 중상형 암모니아 전환시설에서 수소로 전환되어 파이프를 통해 수요처로 전달될 수 있다.


재생 전기나 무탄소 친환경 전기를 수소나 암모니아로 변환하지 않고 바로 사용하는 편이 더 낫다는 말씀이시군요. 문제는 없을까요? 전기 에너지의 저장이 큰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만.

재생 전기 생산이 폭증할 때 그 많은 전기를 기존의 전력망이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 있습니다. 폭증하는 전기 생산을 잡기 위해 과다하게 전력 인프라를 설계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비용 문제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에너지 관리 기술 및 저장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재생 에너지가 발달하면서 현재의 중앙형 에너지 관리에서 분산형 에너지 관리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저장을 위해 자원의 제약이 없는 혁신적인 대용량 배터리도 개발 중입니다.

수소 경제와 암모니아는 단순하게 답을 내릴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하고, 기술이 미래의 모습을 결정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을 위해 결론 맺어 주시기 바랍니다.

에너지의 미래는 속단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친환경 에너지 저장 물질로서 수소와 암모니아의 전망은 신재생에너지, 원자력에너지, 에너지저장 및 관리와 같은 다양한 기술의 승패에 좌우될 것입니다. 혁신적인 탄소 저장 기술이 출현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기술이 최종 승리할지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특징이 서로 다르기에 특정 기술이 모든 시장을 차지하기보다 다양한 기술이 공존하여 서로의 빈자리를 메워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분산 투자는 미래의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식입니다. 미래의 답을 알면 한 곳에 올인해도 됩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회자되는 캐치프레이즈가 과연 확실한 근거를 가진 주장인지 필히 살펴봐야 합니다. 특히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정부 관계자는 카더라 캐치프레이지에 현혹되지 않도록 더욱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인터뷰] 정석희 교수의 한반도 에너지 미래 진단 (eco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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