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원순환을 위한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의 발전 방향
글. 김동해, 김나현, 김지현, 한명훈 (전남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감수. 정석희 교수 (전남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인류는 환경 오염과 기후 변화 위기의 재앙 속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 중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사라지지 않는 폐기물이 되어 다양한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폐플라스틱 처리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열분해는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을 이용하여 석유와 비슷한 열분해유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열분해유는 직접 연료로 사용되거나, 적절한 처리 공정을 거쳐 플라스틱 생산 원료로 사용될 수도 있다. 폐플라스틱 발생이 많고 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 열분해 기술은 ‘도시유전’이라는 키워드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민국 정부는 열분해 관련 지원 및 산업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동향
정부는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량 500만톤 중 재활용 비율을 18.6%로 높이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2050년에는 이 비율을 50%까지 증가시킬 예정이다. 또한, 환경부는 폐플라스틱 열분해 처리 비중을 2021년 기준 0.1%에서 2030년까지 10%로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관련 제도 개선에도 나섰다.
환경부는 재활용 가능 유형을 추가함으로써 석유화학 기업이 열분해유를 석유화학제품의 재생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 경우에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인정하여 탄소배출권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지침을 개정했다. 이와 더불어 열분해 시설을 재활용 시설로 변경하였으며, 열분해 시설 설치관리기준을 신설하는 등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탄소중립을 위한 순환 경제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관리 체계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함께 국내 기업들 역시 열분해 산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 SK지오센트릭은 울산에서 연간 32만 톤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종합 재활용 단지의 착공을 발표했다. 이 단지는 열분해, 고온가열 및 생물학적 처리 과정을 포함해 폐플라스틱을 효과적으로 재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열분해 및 후처리 과정에 대한 탄소 감축량 측정 방법론을 개발하여 환경부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SKC는 연간 5만 톤의 폐플라스틱에서 3.5만 톤의 열분해유를 생산할 계획이며, 2021년 일본 벤처기업의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올뉴원'이라는 연구개발 법인을 설립했다. ‘LG생활건강’은 열분해유 기반의 재생원료를 활용한 화장품 용기를 제작했으며, ‘롯데 케미칼’은 ‘현대 오일뱅크’로부터 열분해유 기반의 재생원료를 공급받아 플라스틱을 생산한다.
해외 선진국의 동향
국내의 열분해 기술 및 산업 활성화를 위한 노력과는 반대로 미국과 EU은 폐플라스틱 열분해 활성화에 대한 신중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 EU는 폐기물 소각 지침에 따라 열분해유를 연료로 소각할 경우 해당 열분해 시설을 소각시설로 분류하여 규제를 적용하고, 열분해유를 원료로 사용할 경우에만 재활용으로 인정하고 있다.
독일은 플라스틱 폐기물의 약 64.4%를 에너지 회수, 약 35%를 물리적 재활용하고 있으며, 화학적 재활용 비율은 0.4%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독일의 BASF는 2019년부터 화학적 재활용 프로젝트인 '켐사이클링(ChemCycling)'을 통해 열분해유를 이용한 플라스틱 제품 생산을 시작했으나, 여전히 물리적 재활용 우선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역시 열분해 기술을 연소로 간주하는 규정을 유지하고 있으며, 열분해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방안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EPA는 열분해 장치에 대한 규제를 검토 중이나, 2023년 기준으로 24개 주가 폐플라스틱의 열분해를 ‘고급 재활용’으로 정의하여 열분해 시설을 제조시설로 간주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폐플라스틱 처리에 대한 제안
1. 플라스틱 재생원료로의 활용 강화
EU와 미국, 영국 등 여러 주요 국가에서 탄소중립과 자원순환 체계 확립을 위해 재생원료의 사용을 촉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글로벌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2019 년 기준 368억 달러에서 연평균 7.4%씩 성장하여 2027년 638 억 달러로 6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생산된 열분해유의 대부분은 플라스틱 재활용이 아닌 난방용이나 산업용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국가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는 열분해유의 연소를 재활용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열분해유를 연료가 아닌 플라스틱 ‘재생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후처리 공정 개발 또는 기술보유 업체와의 공급 계약 체결 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 물리적 재활용을 보조하기 위한 열분해
열분해 기술은 오염과 혼합 배출로 인해 물리적 재활용이 어려웠던 폐플라스틱의 처리를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온실가스는 물리적 재활용에 비해 더 많은 양을 배출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국가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는 플라스틱의 물리적 재활용을 높이는 것이다. 고로, 탄소중립을 위해 열분해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물리적 재활용을 우선으로 하면서 열분해를 보조적인 요소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즉, 혼합과 오염으로 인해 물리적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플라스틱만을 열분해를 이용하여 재활용해야 탄소중립과 자원순환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 분리선별 기술의 개선 필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물리적 재활용을 우선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폐플라스틱의 분리선별이 매우 중요하다. 물리적 재활용에 투입되는 폐플라스틱은 단일 소재로 이루어져 있으며 오염도가 낮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수작업으로 분리선별이 이뤄지기 때문에 정확도나 효율이 떨어져 물리적 재활용 공정에 투입될 수 있는 양이 적다. 따라서 물리적 재활용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분리선별 방식의 자동화 및 첨단화를 통한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을 위해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영상 이미지 식별을 통한 자동 분리 선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글을 마치며
미국에서는 진정한 자원순환을 위하여 재활용보다 재사용을 권장하는 추세이다. 이를 위해 폐기물의 수준을 면밀히 파악하여 재사용할 수 있는 부분을 늘려가고 있다. 재활용은 폐기물을 원료로 만들어 다시 제품화하는 작업으로서 그 과정에 많은 비용과 에너지가 소비된다. 진정한 자원순환 사회를 위해 비용과 에너지 투입이 최소화 되는 재사용과 물리적 재활용 비율을 늘리고, 오염도가 심한 경우 열분해를 통해 플라스틱 원료의 제품으로 사용하는 정책과 기술 발전의 방향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겠다.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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